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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과 부채에 대한 경험.

missionhwang 2026. 7. 15. 11:02

어린 시절, 나의 기억 한 구석에는 어머니의 깊은 한숨과 평생을 따라다닌 마음고생의 그림자가 짙게 남아 있다. 외할아버지가 친할아버지에게 빌렸던 돈, 그리고 끝내 갚지 못했던 그 부채는 단순히 물질적인 손실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가족 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어머니의 마음에 평생 지워지지 않는 거대한 한(恨)이 되어 삶을 짓눌렀다.

그 아픈 뒷모습을 보며 나는 자랐다. 그리고 뼛속 깊이 깨달았다. 빚이란 단순히 미래의 소득을 당겨 쓰는 금융 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영혼을 서서히 피폐하게 만드는 잔인한 족쇄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나는 평생을 '빚 없는 삶'이라는 철칙을 고수하며 살아왔다. 남들이 무모하다고 할지라도 부채라는 덫에 발을 들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고, 내 분수에 맞는 삶을 단단하게 일구어 왔다. 빚을 내지 않고 내 힘으로 온전히 서는 것, 그것이야말로 거친 세상에서 나를 잃지 않고 가장 굳건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레버리지》가 말하지 않는 시차(時差)와 함정

최근 베스트셀러인 《레버리지》라는 책을 읽었다. 책에서는 자산의 수익률이 대출 이자율보다 높다는 확실한 보장만 있다면, 기꺼이 빚을 내어 투자하는 것이 지혜라고 말한다. 싼값에 돈을 빌려 더 큰 수익을 올리는 것, 이것이 현대 금융이 말하는 이른바 '좋은 빚'의 핵심 이론이다.

그러나 이 화려한 이론에는 치명적인 전제 조건이 숨겨져 있다. 그것은 바로 이 공식이 '경기가 끝없이 상승하는 번영기에만 작동하는 시한부 이론이라는 점이다. 시장이 활황일 때는 빚을 내어 자산을 사는 것이 정답처럼 보이지만, 자본주의 역사에서 영원한 호황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경기가 꺾이고 자산 가치가 폭락하는 불황이 찾아오면, 그 단단해 보였던 레버리지는 순식간에 내 목을 죄어오는 칼날로 돌변한다. 빚을 내어 능력을 증명하라 부추기는 세상은, 정작 겨울이 왔을 때 그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쓰러지는 개인의 비극에는 책임지지 않는다. 결국 레버리지라는 달콤한 말은 타인의 돈으로 내 삶의 리스크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위험한 도박과 다름없다.


지금의 집값, 그리고 부채로 쌓아 올린 모래성

그렇다면 많은 이들이 유일한 예외이자 필수라고 여겨지는 '내 집 마련을 위한 빚'은 지금 안전한가?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가 마주한 주택 가격은 이미 평범한 이들의 노동 가치를 아득히 넘어섰다.

지금의 높은 집값은 결국 번영기의 정점에서 누군가가 무리하게 낸 빚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거품이자 모래성이다. 번영기의 끝자락, 혹은 이미 불황의 초입에 들어선 지도 모르는 이 시점에 기형적으로 치솟은 집값을 감당하겠다며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는 행위는 결코 레버리지가 될 수 없다. 그것은 '좋은 빚'이 아니라, 내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악수(惡手)다. 집이라는 공간을 얻기 위해 내 남은 삶의 자유를 통째로 담보 잡히는 것은 결코 남는 장사가 아니다.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하여

남들은 나를 보고 고리타분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책에 나오는 최신 금융 기법 하나 모르는 미련한 사람이라 손가락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폭풍이 몰아칠 때 가장 안전한 사람은 거대한 빚의 탑을 쌓아 올린 사람이 아니라, 작더라도 단단한 내 땅 위에 맨발로 딛고 서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내가 착실하게 모은 은화가 안전지대를 만든다는것을.

부채가 주는 일시적인 풍요와 호황기의 착시에 현혹되지 않고, 내가 흘린 땀방울의 가치를 믿으며 빚 없이 살아가는 삶. 그것은 위축된 삶이 아니라, 그 어떤 경제적 위기나 경기 변동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굳건한 삶의 방식이다. 나는 앞으로도 이 신념을 등대 삼아, 내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흔들림 없이 걸어갈 것이다. 사람은 스스로의 경험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다르며 내 생각을 강요하고 싶은 욕심은 없다. 환갑이 넘어 살아온 인생을 정리하는 길목에서 부채가 받은 사람의 괴로움과 준 사람의 고통을 헤아려 본다면 쉽게 레버리지를 언급해서는 안된다는 인생경험을 공유하고 싶다.